선택의 속도

화학반응의 단계를 설명함에 있어 속도결정단계[Rate-determining step(RDS) , 速度決定段階]라는 것이 있다.

일련의 연속적인 기본 반응을 통해 반응이 일어날 때, 전체 반응의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반응 단계를 속도 결정 단계라고 하며, 속도 결정 단계는 일련의 1단계 반응에서 가장 느린 반응 단계이다.
화학반응은 종종 하나의 방정식으로 표현되지만, 실제로 화학반응이 일어나면 반응물들이 동시에 충돌하여 반응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반응은 일련의 연속적인 1단계 반응을 통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이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가 일산화질소와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반응은 다음과 같다

NO2(g) + CO(g) → NO(g) + CO2(g)

이 반응은 다음과 같은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1. NO2 + NO2 → NO + NO3 (느린 단계)

2. NO3 + CO → NO2 + CO2 (빠른 단계)

이 모든 단계별 반응을 기본 반응이라고 하는데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나타낸다. 이 모든 기본 반응을 합치면 전체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각 단계가 발생하는 속도는 상이하며, 상기 반응에서는 1단계 반응이 느리고  2단계 반응이 빠르며, 반응 속도가 다른 1단계 반응의 경우 가장 느린 1단계 반응에 의해 전체 반응의 속도가 결정되며, 전체 반응 속도를 결정하는 1단계 반응을 RDS(rate-determining step)라고 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유추할 수 있는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서 대전까지 이동한다고 가정해보면 천안 부근에서 차선 도색공사로 인해 4개 차로 중 2개 차로만 통행이 가능하고 그 외의 구간은 정체없이 규정 속도대로 달릴 수 있다면 대전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천안을 얼마나 빨리 벗어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시 말해 목적지까지 가는 속도는 이 구간을 통과하는 속도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 화학반응으로 다시 설명하자면 이 구간이 전체 화학반응 속도를 결정하는 속도결정단계인 것이다.

 

건축설계 과정에서는 기본설계 단계가 바로 이 RDS인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존재한다. 제안된 계획에 대한 건축주와 설계자의 반응(선택)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따라 단독주택의 전체 설계기간은 3개월이 될 수도, 혹은 반 년이 될 수도 있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촉매제를 쓰는냐가 중요할 수도 있으나, 어떤 촉매제에도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건축주와 설계자의 분자구조가 아주 잘 맞아 떨어져 슬쩍 스치기만 해도 그냥 반응해 버리는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흡수해 버려 얼마나 빠르게 반응 결과가 나오느냐가 아니라, 서로의 분자구조를 파악해 가며 가장 최적의 혼합물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것이리라.